리뷰

<로드 투 퍼디션> 아버지는 나의 영원한 별이다


글: 노정규
2002년 09월 12일

아이는 아버지가 늦게 들어오는 것에 불만을 갖는다. 자기와 같은 시간에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것에,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사랑에 대한 욕구불만족을 느낀다. 문득 어렸을 적 생각이 난다. 퇴근하고 지친 어깨를 내미시는 아버지께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다고 때를 쓰던 나의 모습, 그때 아버지는 웃기만 하셨다. 지금 나는 아버지가 걸어오시던 그 길을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9월 13일 개봉하는 <로드 투 퍼디션>은 킬러노릇을 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메인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아버지는 아들이 나가려는 것을 경계에 가까울 정도로 한쪽 손으로 막고 있다. 대략적으로 아버지가 아들을 지켜주는 통상적인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로드 투 퍼디션>은 여타의 갱스터 영화와는 달리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다. 킬러들간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 조직간의 암투, 보스여자와의 강렬한 러브신과 같은 자극적인 요소보다는 갱스터에서 보스의 해결사인 아버지와 아들의 로드무비에 가까울 정도로 그들의 여정을 침착하게 그리고 있다.

냉혹하면서도 잔인한 보스의 해결사,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마이크 설리반, 우연한 기회에 아들이 자기의 살인장면을 차안에서 목격하게 되고 가정은 몰락하게 된다. 아버지와 아들만 남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고 마이클은 부인과 막내아들의 복수를 위해 칼날을 다진다는 이야기가 중심설정이다. 제목 <로드 투 퍼디션>을 직역하면 지옥으로 가는 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정 자체는 지옥으로 가는 길 일 수 있으나 아들에게 있어서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길 또는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기억을 남기게 되는 천국의 길로도 의역할 수 있을 것 같다.

2000년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감독 상을 받은 샘 멘데스의 탁월한 연출력,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연속 2회 수상의 톰 행크스, 헐리웃의 살아있는 전설 폴 뉴먼, 냉철한 지성 주드 로의 삼위일체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영화에 있어서 킬러인 아버지를 정당화한다거나 이해한다기 보다는 아들이 아버지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관찰력과 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라는 영화와 비교하기도 하는데 사실 대부는 클래식 적인 갱스터 영화이며 이번 <로드 투 퍼디션>은 그 동안의 갱스터 영화의 소재를 한번 뛰어넘는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본다.

영화를 시종일관 극중 아들의 눈으로 생각하고 보면 무리가 없을 것 같고, 폴 뉴먼과 톰 행크스의 비오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총격씬이나 통 행크스와 주드 로의 라스트신은 명 장면으로 뽑힐만하다. 긴 여운과 극장을 나서는 순간의 잔잔히 물결치는 감동은 2003년 아카데미가 주목할 만한 작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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